새벽 3시에서 부터 동이 트기 전까지의 시간은 모든 것이 잠들어 있고 오로지 나만이 깨어있는 듯한 순간이다.
완벽한 적막의 시간.
어두울때 활동하는 모든 생명체 마저도 잠을 자는 듯 완벽한 고요.
나는 이 무음의 순간이 나의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한 경험을 종종 한다. 그것은 나 혼자 이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 기분과 같다.
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형체를 가진 것이다. 또한 언어로 만들어진 관념은 나를 환영과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.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물을 구분할 수 없고 소리가 없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 들어간다. 그 무음의 순간에 들어가면 그 공간과 그곳에서 들려오는 무음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는 것 같다. 그 무음의 고요함에 응답 하듯이 나도 같이 침묵한다. 그 공간에 나의 잡념, 걱정, 두려움, 무언의 압력과 같은 나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들을 밀어 넣음으로써 나는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. 하지만, 어둠과 고요속에서조차 나는 끊임없이 존재하는 것을 찾아 해매인다.
고요한 이 동굴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소리가 난다. 이 고요를 뚫고 들리는 소리. 그것은 규칙적이다.
하지만, 언제 그 소리가 들릴지 나는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. 무음이 만들어내는 기운은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.
웅웅웅웅. 우————웅.
그 소리에 귀를 귀울이면 마치 나의 몸이 소리로 만들어진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. 나의 몸은 물질과 비물질의 어디 즈음에 놓여있다.
무음의 소리가 들려온다. 나는 몸의 감각을 연다. 그 감각에 집중한다. 내 몸이 진공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. 나는 무언가의 소리에 반응한다. 대상과 나 사이의 어둠을 응시한다. 침묵. 고요. 데자뷰. 노스텔지아. 그 어둠속 너머의 대상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. 나를 감싸는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으로 나는 들어간다. 나의 동굴속으로.